라플라스 변환과 시스템의 응답
신호가 아니라 통로를 보기
앞 편은 신호를 다뤘다. 흔들림을 성분으로 나누는 이야기였다.
이 편은 관점을 바꾼다. 신호가 아니라 그 신호가 통과한 통로를 본다.
8편에서 본 경로를 다시 떠올려 보자.
노면 → 타이어 → 서스펜션 → 차체 → 거치 → 센서
노면에서 나온 것이 여러 단계를 거쳐 센서에 도달한다. 각 단계는 신호를 바꾼다. 이 “바꾸는 방식”을 다루는 것이 시스템 해석이다.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시스템은 입력을 받아 출력을 내는 것을 뜻한다.
서스펜션이 그렇다. 바퀴의 움직임(입력)을 받아 차체의 움직임(출력)을 만든다. 그리고 그 변환 방식은 서스펜션의 구조에 의해 정해져 있다.
중요한 성질이 하나 있다. 같은 시스템은 같은 입력에 항상 같은 출력을 낸다. 그래서 시스템의 성질을 한 번 파악하면, 이후의 입출력 관계를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거꾸로도 가능하다. 출력을 알고 시스템을 알면 입력을 추정할 수 있다.
이게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입력(노면)이고, 우리가 측정하는 것은 출력(차체 흔들림)이다. 그 사이의 시스템(차량)을 알면, 출력에서 입력을 되짚을 수 있다.
두드려서 알아내는 성질
시스템의 성질을 어떻게 파악하나.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한 번 세게 두드려 보는 것이다.
종을 한 번 치면 특정한 소리가 나고 서서히 잦아든다. 이 반응에 종의 모든 성질이 담겨 있다. 어떤 음으로 울리는지, 얼마나 오래 울리는지.
기계 시스템도 같다. 짧고 강한 충격을 주면 시스템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반응하고 잦아든다. 이 반응을 충격 응답이라 부른다.
그리고 충격 응답을 알면 임의의 입력에 대한 출력을 계산할 수 있다. 이게 시스템 해석의 핵심 결과다.
여기서 흥미로운 연결이 있다. 차가 포트홀을 지나는 것이 바로 “한 번 세게 두드리는 것”이다.
8편에서 분해한 그 사건 — 바퀴가 떨어지고 반대편에 부딪히고 차체가 출렁이다 잦아드는 것 — 이 정확히 충격 응답이다.
즉 포트홀을 지날 때마다 우리는 그 차량의 성질을 측정하고 있다.
라플라스 변환이 하는 일
시스템의 성질을 다루기 편한 형태로 바꾸는 도구가 라플라스 변환이다.
푸리에 변환과 친척 관계다. 둘 다 시간축의 정보를 다른 축으로 옮긴다. 차이는 다루는 대상이다.
- 푸리에 — 계속 반복되는 흔들림의 성분 분석에 적합
- 라플라스 — 충격을 받고 잦아드는 과정, 즉 과도 응답에 적합
우리 문제에는 둘 다 필요하다. 도로를 계속 달리는 동안의 지속적인 진동은 푸리에로, 포트홀을 지날 때의 일회성 충격 반응은 라플라스 쪽 관점으로 본다.
라플라스 변환의 실용적인 이점은 이렇다. 시간축에서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되던 시스템이, 변환 후에는 간단한 나눗셈 관계가 된다.
출력 = 시스템 × 입력
이 형태가 되면 입력을 되짚는 것이 나눗셈이 된다.
입력 = 출력 ÷ 시스템
즉 측정한 차체 흔들림을 차량의 성질로 나누면, 노면이 준 입력이 나온다. 개념적으로는 이렇게 단순하다.
그런데 나눗셈이 위험하다
실제로는 이 나눗셈이 잘 안 된다. 이유는 시스템이 0에 가까운 대역이 있기 때문이다.
서스펜션은 빠른 진동을 거의 완전히 걸러낸다. 그 대역에서 시스템 값이 0에 가깝다. 그런데 0에 가까운 수로 나누면 결과가 폭발한다.
그리고 그 대역에 남아 있는 것은 대개 잡음이다. 잡음을 0에 가까운 수로 나누면 거대한 헛것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무작정 되짚기를 하면 오히려 없던 신호가 생긴다. 이건 신호 처리에서 잘 알려진 함정이다.
대응 방법은 되짚기를 제한하는 것이다. 시스템이 충분히 살아 있는 대역에서만 되짚고, 죽은 대역은 포기한다. 정보가 없는 곳에서 정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 제약이 우리 방식의 한계를 규정한다. 서스펜션이 완전히 걸러낸 대역의 노면 정보는 원리적으로 복원 불가능하다. 그 대역에 우리가 찾는 신호가 있었다면, 폰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
차마다 다른 문제를 뒤집기
여기서 이 관점의 진짜 이득이 나온다.
지금까지 “차마다 달라서 문제”라고 계속 말했다. 같은 도로를 지나도 승용차와 SUV가 다르게 흔들린다.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이건 차량이라는 시스템의 성질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성질은 대개 일정하다. 같은 차, 같은 타이어, 같은 거치 방식이면 같은 시스템이다.
그러면 이렇게 할 수 있다.
① 그 차량의 시스템 성질을 파악한다. 여러 번의 충격 응답(포트홀 통과)에서 추정한다. 특별한 절차가 필요 없다. 그냥 평소 주행에서 얻어진다.
② 그 성질을 나눠서 걷어낸다. 이후의 측정에서 차량 고유의 성질을 제거하면, 남는 것이 노면에 가까운 정보다.
③ 차종이 달라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각자의 지문을 걷어낸 뒤라면, 서로 다른 차의 데이터를 같은 기준에서 겹칠 수 있다.
③이 결정적이다. 이것이 없으면 “여러 차량의 데이터를 겹쳐서 정밀도를 얻는다”는 우리 전략이 성립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자로 잰 값을 평균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규화가 반복 관측의 전제 조건이다. 이 이야기는 19편에서 더 구체적으로 다룬다.
완전하지는 않다
정직하게 말하면 이 정규화는 부분적으로만 성공할 것이다.
시스템이 변한다. 타이어 공기압이 빠지고, 짐을 싣고, 서스펜션이 노후한다. 계절에 따라 고무 성질이 달라진다. 한 번 파악한 성질이 계속 유효하지 않다.
선형이 아니다. 시스템 해석의 깔끔한 결과들은 대개 “입력이 두 배면 출력도 두 배”라는 성질을 전제한다. 실제 서스펜션은 큰 충격에서 이 관계가 깨진다.
거치 상태가 매번 다르다. 차량은 일정해도 폰을 어디에 두는지는 매번 달라진다.
그래서 실제로는 완전한 되짚기가 아니라, 대략적인 보정에 그친다. 그리고 남는 오차는 다시 반복으로 줄인다.
이 프로젝트에서 계속 반복되는 구조다. 각 단계에서 완전하지 않고, 그 불완전함을 다음 단계가 부분적으로 메우고, 최종적으로는 수많은 반복이 나머지를 감당한다.
다음 편에서는 아직 다루지 않은 가장 지저분한 문제로 들어간다. 도심 주행 그 자체다.
다음 편 예고 — 가다서다 — 도심 주행이라는 소음. 신호등과 정체와 차선변경이 뒤섞인 실제 도심 데이터가 왜 이론과 다른지 본다.
「우리 동네가 먼저 안다」는 5부 30편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읽은 글은 3부 신호 읽기의 4번째(전체 제17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