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 길을 지나는 사람
2부를 시작하며
1부는 이런 상태로 끝났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모른다.
이상 신호가 어떤 모양인지 알아야 기계에게 찾게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모양을 알려면 “여기가 실제로 이상했다”고 확인된 예시가 필요하고, 그런 데이터는 세상에 없다.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만들 수 있는 존재가 하나 있다.
그 구간의 전문가
어떤 도로 구간에 대해 가장 많은 관측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도로 관리 기관의 조사원은 아니다. 그는 그 구간을 몇 년에 한 번 지나간다.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이다. 하루 두 번, 한 달에 사십 번, 1년에 오백 번. 같은 구간을, 같은 차로, 비슷한 속도로.
이 사람은 그 구간에 대해 대단히 특수한 것을 갖고 있다. 기준선(baseline)이다.
그 구간이 평소 어떤 느낌인지 몸이 기억한다. 어디서 살짝 흔들리고, 어느 이음새에서 덜컹하고, 어디가 매끄러운지. 의식적으로 외운 것이 아니라 반복으로 쌓인 것이다.
기준선이 있으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이건 절대값을 재는 것과 전혀 다른 능력이다.
사람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여기서 정직하게 구분해야 한다.
사람이 못하는 것: - 절대적인 값 측정 — “이 처짐은 0.3mm입니다” 같은 판단은 불가능하다 - 원인 진단 — 물컹한 느낌이 공동 때문인지 포장 노후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다 - 일관성 — 같은 구간을 같은 조건에 지나도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 정확한 위치 지정 — “여기쯤”이지 몇 미터 지점인지는 모른다
사람이 잘하는 것: - 변화 감지 — 어제와 오늘의 차이 - 맥락 판단 — 비가 왔는지, 공사가 있었는지를 함께 고려한다 - 이상함의 통합 — 소리와 흔들림과 핸들의 느낌을 한꺼번에 종합한다 - 그리고 무엇보다 — 비용이 0이다. 이미 그 길을 지나고 있다
기계는 반대다. 절대값은 잘 재고, 일관성이 있고, 위치가 정확하다. 반면 기준선을 스스로 만들 수 없고, 무엇이 이상인지 미리 알려주지 않으면 판단할 수 없다.
두 쪽이 정확히 상보적이다. 이게 우리 설계의 출발점이다.
사람은 정답지를 만든다
기계학습에서 가장 비싼 것은 계산이 아니라 정답이 붙은 데이터다.
의료 영상 판독 모델이 학습할 때, 수만 장의 영상 각각에 “여기 병변이 있다”는 표시가 붙어 있어야 한다. 그 표시는 의사가 붙인다. 모델의 성능은 결국 그 표시의 질에 달려 있다.
우리 문제에서 그 표시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은 그 길을 지나는 사람이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어떤 사람이 특정 지점에서 “여기 좀 이상하다”고 표시한다. 그 순간 그의 폰은 이미 가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 [그 지점의 신호] + [사람의 판단] 이라는 짝이 하나 만들어진다.
이 짝이 쌓이면 기계는 물어볼 수 있다.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표시한 지점의 신호에는, 표시하지 않은 지점과 다른 무엇이 있는가?
사람의 감각이 기계의 정답지가 된다.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다.
그런데 사람은 틀린다
이 구상의 명백한 약점이 여기 있다. 사람의 판단은 신뢰할 수 없다.
- 그날 컨디션이 나빠서 예민했을 수도 있다
- 타이어 공기압이 빠져서 차 문제인데 도로 탓을 할 수도 있다
- 그냥 잘못 눌렀을 수도 있다
- 심지어 장난으로 아무 데나 표시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의 표시 하나는 정보로서 거의 쓸모가 없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바뀌면 성질이 달라진다. 여러 사람이 서로 모르는 채로 같은 지점을 표시했다면.
각자의 착각은 방향이 제각각이다. A는 컨디션 때문이고 B는 타이어 때문이고 C는 오작동이다. 이런 것들이 같은 지점에 겹칠 이유가 없다. 반면 도로 자체에 이상이 있다면, 그 이상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위치에서 나타난다.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원리로 신뢰를 만든다.
그리고 사람은 위치를 안다
한 가지 더, 사람에게만 있는 강점이 있다.
기계는 신호가 이상하다는 것까지는 알 수 있어도,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모른다. 어제 밤 공사가 있었는지, 상수도 누수 신고가 있었는지, 그 구간에 대형 트럭이 자주 다니는지 — 이런 맥락은 데이터에 없다.
동네 사람은 안다. 그리고 이런 정보가 판단의 질을 크게 바꾼다. “물컹한 느낌 + 최근 이 근처에서 물이 새는 걸 봤다”는 조합은, 신호만 있는 경우보다 훨씬 강한 근거다.
1단계가 그 자체로 쓸모 있어야 한다
여기서 실용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사람들이 왜 신고를 하겠는가.
“미래의 AI 학습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는 동기가 될 수 없다. 아무도 그런 이유로 앱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1단계는 그 자체로 지금 당장 쓸모가 있어야 한다. 내가 표시한 위험 구간이 지도에 보이고, 이웃이 표시한 것도 보이고, 그래서 그 길을 피하거나 조심할 수 있다면 — 그건 지금 쓸모가 있다.
민원 제기의 근거로도 쓸 수 있다. “제 느낌으로는 여기가 이상합니다”보다 “이 지점에 서로 다른 열두 명의 표시가 쌓였습니다”가 훨씬 강하다.
지금 쓸모가 있어서 사람들이 쓰고, 쓰는 동안 데이터가 쌓이고, 그 데이터로 2단계를 만든다. 이 순서가 아니면 성립하지 않는다.
다음 편에서는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느끼는지, 그 “쿵” 하는 순간에 물리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본다.
다음 편 예고 — “쿵” 하는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나. 사람이 느끼는 충격을 물리적으로 분해해 보고, 그것이 폰의 센서에 어떻게 기록되는지 살펴본다.
「우리 동네가 먼저 안다」는 5부 30편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읽은 글은 2부 사람이 먼저의 1번째(전체 제7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