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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 30편 1부 왜 못 잡았나
우리 동네가 먼저 안다/1부 왜 못 잡았나/제2회

도로를 재는 기술은 이미 오래됐다, 그런데 왜

2026-07-25 · 읽는 데 9분

우리는 도로를 잴 줄 안다

싱크홀 이야기를 하면 대개 이런 반응이 돌아온다. “기술이 아직 부족한 거 아니야?”

그런데 도로를 측정하는 기술은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오래됐고, 종류도 많다. 무엇을 재느냐에 따라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표면의 굴곡을 잰다. 차량에 레이저나 카메라를 달고 달리면서 노면의 높낮이를 기록한다. 도로가 얼마나 울퉁불퉁한지를 수치로 만들어 관리 기준으로 쓴다. 승차감이 나빠지거나 균열이 늘면 포장을 다시 한다.

둘째, 포장 속을 들여다본다. 지표투과레이더(GPR)는 전파를 땅으로 쏘고 되돌아오는 신호를 읽는다. 서로 다른 물질의 경계에서 전파가 반사되는 성질을 이용해, 포장 아래층의 두께나 이상 여부를 추정한다. 원리만 보면 싱크홀 전조인 공동을 찾는 데 가장 가까운 기술이다.

셋째, 땅의 흔들림을 잰다. 지반을 인위적으로 진동시키고 그 파동이 퍼지는 속도를 측정하면, 땅속이 단단한지 비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셋 다 실용화되어 실제로 쓰이고 있다. 그러니까 문제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다. 다른 데 있다.

첫 번째 벽: 비용

정밀 조사 장비는 비싸다. 장비 자체도 그렇고, 그것을 실은 차량과 운용 인력, 데이터를 해석하는 전문가까지 한 세트로 움직인다.

여기서 곧바로 따라 나오는 결론이 있다. 비싸면 자주 못 한다.

도로 관리 기관의 예산은 정해져 있고, 관리해야 할 도로는 길다. 그러면 선택을 해야 한다. 전체 도로를 얕게 훑을 것인가, 일부 구간을 깊게 볼 것인가. 대개는 사고가 났거나 민원이 들어온 구간을 우선한다.

이미 문제가 드러난 곳부터 본다. 조기탐지의 목적과 정반대의 순서다.

두 번째 벽: 주기

두 번째 벽은 시간이다.

정밀 조사는 한 번 나가는 데 준비와 실행과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같은 구간을 다시 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위험이 그 간격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 편에서 봤듯 공동은 몇 달에 걸쳐 자란다. 조사와 조사 사이의 간격이 그보다 길면, 공동이 생기고 자라서 무너지는 전 과정이 두 조사 사이의 빈틈에서 통째로 일어날 수 있다.

이건 장비의 성능 문제가 아니다. 관측의 리듬이 사건의 리듬보다 느리다는 구조적 문제다. 아무리 정밀한 장비를 써도, 없는 시간에는 아무것도 관측하지 못한다.

여기서 한 가지가 분명해진다. 조기탐지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정밀함이 아니라 얼마나 자주 보느냐다.

세 번째 벽: 깊이와 표면 사이

세 번째가 가장 까다롭다.

표면을 재는 기술은 표면을 잘 잰다. 굴곡, 균열, 패임. 그런데 공동이 자라는 동안 표면은 대체로 멀쩡하다. 아스팔트와 그 아래 다짐층이 아직 자기 힘으로 하중을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이 멀쩡한 것이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무너지기 직전까지도 표면은 멀쩡할 수 있다. 이 어긋남이 싱크홀을 다루기 어렵게 만든다.

그럼 땅속을 보는 GPR은 어떤가. 원리적으로는 맞는 도구다. 하지만 여기에도 조건이 붙는다.

되돌아오는 전파 신호는 그 자체로 “여기 공동이 있음”이라고 말해 주지 않는다. 지하에는 상하수도관, 통신선, 전력선, 오래된 매설물, 지하수, 서로 다른 성질의 흙이 뒤섞여 있다. 신호는 이 모든 것에서 반사되어 돌아온다. 그중 어느 것이 위험한 빈 공간이고 어느 것이 그냥 오래된 관인지 가려내는 일은 전문가의 판독에 크게 기댄다.

게다가 전파는 깊이 들어갈수록 약해진다. 포장 바로 아래는 잘 보이지만, 더 깊은 곳은 흐릿해진다.

세 벽이 만나는 지점

이 셋을 나란히 놓으면 왜 싱크홀이 계속 놓쳤는지가 보인다.

기존 정밀 조사
비용 높다 → 넓게 못 본다
주기 길다 → 자주 못 본다
대상 표면은 잘 보이나 깊이는 어렵다

세 조건 중 하나만 나빠도 조기탐지는 어렵다. 그런데 지금은 셋이 동시에 걸려 있다.

그리고 이 셋은 서로를 밀어낸다. 더 정밀하게 보려면 더 비싸지고, 비싸지면 더 드물어진다. 정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는 이 고리를 끊을 수 없다.

그러면 반대로 가보면 어떨까

여기서 방향을 뒤집어 볼 수 있다.

정밀하지만 드문 관측 대신, 거칠지만 끊임없는 관측은 어떤가.

한 번의 측정은 조사 차량보다 훨씬 부정확하다. 대신 하루에 수천 번 이루어진다. 특별한 장비도, 예산 배정도, 통행 통제도 필요 없다. 이미 그 길을 지나다니는 차들이 그냥 지나가기만 하면 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단순하다. 거의 모든 차 안에 가속도 센서가 들어 있는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문제가 있다. 스마트폰의 센서는 조사 장비에 비하면 조악하다. 차종마다, 타이어 공기압마다, 속도마다 값이 달라진다. 폰이 컵홀더에 있는지 거치대에 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한 번의 측정만 놓고 보면 신뢰할 수 없는 값이다.

그런데 여기서 조건이 하나 바뀐다. 한 번이 아니라 수백 번이라면.

같은 지점을 서로 다른 차량이, 서로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조건으로 수백 번 지나간다. 개별 측정의 오차는 제각각이지만, 노면 자체에서 오는 신호는 모든 통과에 공통으로 실린다. 반복이 쌓이면 공통된 것만 남기고 제각각인 것은 흩어진다.

정밀도를 장비가 아니라 반복으로 확보한다. 이것이 방향 전환의 핵심이다.

다만 여기에는 아직 큰 구멍이 있다. 수백 번의 측정을 모았다 해도, 그 안에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를 우리는 아직 모른다. 위험한 신호가 어떤 모양인지 모르는 채로 데이터만 쌓는 것은 소용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보다 사람에게서 시작하기로 했다. 그 이야기를 2부에서 한다.


다음 편 예고 — 포트홀과 싱크홀은 다른 문제다. 이미 잘 풀린 문제와 아직 안 풀린 문제가 왜 그렇게 자주 혼동되는지 짚는다.

연재 안내

「우리 동네가 먼저 안다」는 5부 30편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읽은 글은 1부 왜 못 잡았나의 2번째(전체 제2회)입니다.

연재 전체 목차 펼쳐보기
1부

왜 못 잡았나

1~6회
  1. 01그 도로는 어제도 멀쩡했다읽는 데 8분
  2. 02도로를 재는 기술은 이미 오래됐다, 그런데 왜지금 읽는 중
  3. 03포트홀과 싱크홀은 다른 문제다읽는 데 8분
  4. 04표면이 아니라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읽는 데 8분
  5. 05공동은 어떻게 자라는가읽는 데 9분
  6. 06비용·주기·깊이 — 기존 방식의 삼중 한계읽는 데 8분
2부

사람이 먼저

1단계7~13회
  1. 07매일 그 길을 지나는 사람읽는 데 8분
  2. 08\"쿵\" 하는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나읽는 데 9분
  3. 09느낌을 데이터로 바꾸기 — 신고 버튼의 설계읽는 데 9분
  4. 10동네에 깃발을 꽂다읽는 데 8분
  5. 11한 사람의 착각, 백 사람의 확신읽는 데 9분
  6. 12위키는 어떻게 틀린 정보를 걸러내는가읽는 데 9분
  7. 13누구의 신고를 믿을 것인가 — 신뢰 점수읽는 데 9분
3부

신호 읽기

14~21회
  1. 14진동은 무엇을 말하는가읽는 데 9분
  2. 15주머니 속 가속도계라는 센서읽는 데 9분
  3. 16시간을 주파수로 — 푸리에 변환읽는 데 10분
  4. 17라플라스 변환과 시스템의 응답읽는 데 9분
  5. 18가다서다 — 도심 주행이라는 소음읽는 데 9분
  6. 19차량마다 다른 조건, 정규화의 문제읽는 데 9분
  7. 20같은 지점을 수백 번 지나간다는 것읽는 데 9분
  8. 21미약한 신호를 건져 올리는 법읽는 데 9분
4부

physical AI

2단계22~27회
  1. 22드문 재난을 어떻게 학습하는가읽는 데 9분
  2. 23시뮬레이션으로 데이터를 만든다읽는 데 9분
  3. 24physical AI란 무엇인가읽는 데 9분
  4. 25사람의 '물컹함'을 기계에 가르치기읽는 데 10분
  5. 26사람의 신고와 기계의 신호가 만나면읽는 데 9분
  6. 27오경보와 놓침 사이 — 임계값의 윤리읽는 데 9분
5부

도시로

28~30회
  1. 28위험 지도를 그리다읽는 데 9분
  2. 29NumTerra 해부 — 앱과 데이터 파이프라인읽는 데 9분
  3. 30스스로 감지하는 도시읽는 데 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