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도로는 어제도 멀쩡했다
갑자기 생긴 구멍
싱크홀 사고 소식에는 대체로 비슷한 반응이 따라붙는다. 늘 다니던 길이었다는 것. 어제도 그 길로 출근했고,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도로 한가운데가 내려앉았다.
그래서 싱크홀은 종종 ‘갑자기 생긴 구멍’으로 불린다. 예측할 수 없는 사고, 운이 나빴던 일.
그런데 이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정확히는 절반만 맞다.
무너지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
싱크홀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땅속에는 상하수도관이 지나간다. 관 어딘가에 작은 균열이 생기면 물이 새기 시작한다. 새어 나온 물은 주변 흙을 조금씩 씻어 내린다. 하루에 한 줌씩, 눈에 띄지 않는 속도로.
그렇게 몇 달이 흐르면 땅속에 빈 공간이 생긴다. 이걸 공동(空洞)이라고 부른다. 위쪽 도로는 여전히 멀쩡해 보인다. 아스팔트는 단단하고, 차들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 아래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빈 공간은 계속 자란다. 어느 순간 위쪽 흙층이 자기 무게와 차량 하중을 더는 버티지 못하는 지점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날 아침, 무너진다.
그러니까 싱크홀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갑자기 드러날 뿐이다. 붕괴는 몇 달에 걸친 과정의 마지막 1초다.
이건 중요한 구분이다. 갑자기 생기는 일이라면 예측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몇 달에 걸쳐 진행되는 일이라면 — 그 몇 달 동안 어딘가에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도로를 재는 기술은 이미 오래됐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나온다. 그럼 왜 미리 못 찾는가?
기술이 없어서는 아니다. 도로 상태를 측정하는 기술의 역사는 길다.
노면 상태를 재는 장비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실용화됐다. 레이저로 도로 표면의 요철을 스캔하고, 주행 차량의 진동으로 승차감 지수를 매기고, 지표투과레이더(GPR)로 포장 아래를 들여다본다. 도로 관리 기관은 이런 장비를 갖춘 조사 차량을 운영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도로를 잴 줄 안다.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첫째, 비싸다. 전용 조사 장비와 차량은 고가이고, 한 번 조사를 나가려면 인력과 시간이 든다. 그래서 전체 도로를 자주 훑을 수가 없다.
둘째, 드문드문하다. 조사 주기가 몇 년이라면, 그 사이의 대부분 기간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공동이 자라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보다 짧을 수 있다. 조사 주기가 위험이 자라는 속도보다 느리면, 그 사이에 벌어지는 일은 통째로 놓친다.
셋째 — 그리고 이게 가장 결정적인데 — 표면을 재는 기술로는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못 잡는다.
포트홀과 싱크홀은 다른 문제다
여기서 많은 혼동이 생긴다.
포트홀은 표면의 문제다. 아스팔트가 깨지고 패인다. 눈에 보이고, 차가 지나가면 덜컹거리고, 카메라로 찍으면 찍힌다. 그래서 포트홀을 찾는 기술은 이미 꽤 좋다. 스마트폰 앱으로도 잡는다.
싱크홀은 다르다. 공동이 자라는 몇 달 동안 표면은 대체로 멀쩡하다. 아스팔트는 아직 자기 힘으로 버티고 있다. 카메라로 찍어도 아무것도 안 보인다. 눈으로 봐도 모른다.
포트홀 탐지 기술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싱크홀은 잡히지 않는다. 애초에 보고 있는 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알 수 있나
여기서 이 연재가 시작된 지점이 나온다. 우리가 세운 가설은 이렇다.
땅속에서 몇 달에 걸쳐 진행되는 변화라면, 그 위를 매일 지나는 사람은 무언가를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포장 아래가 약해지면 노면의 응답이 달라진다. 같은 속도로 같은 지점을 지나도 차가 받는 충격의 성격이 조금씩 변한다. 매일 그 구간을 두 번씩 지나온 사람이라면, 그 미세한 차이를 “뭔가 물컹하다”는 식의 감각으로 알아챌 가능성이 있다.
이건 아직 검증해야 할 가설이지 확립된 사실이 아니다. 이 연재는 그 가설을 어떻게 데이터로 확인할 것인지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다.
전용 계측 차량은 몇 년에 한 번 지나간다. 그런데 그 도로 위를 매일 수많은 차가 지나간다. 그리고 그 차 안에는 거의 예외 없이, 가속도 센서가 들어 있는 스마트폰이 놓여 있다.
측정은 이미 매일 일어나고 있다. 다만 기록되지 않을 뿐이다.
이 연재가 다룰 것
우리가 만들려는 것은 두 단계다.
먼저 사람이다. 그 길을 매일 지나는 사람이 “여기 좀 이상하다”고 표시할 수 있게 하는 것. 한 사람의 느낌은 착각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지점에 대해 서로 모르는 열 사람이 같은 표시를 남긴다면, 그건 더 이상 착각이 아니다. 위키백과가 수많은 편집자의 상호 검증으로 신뢰를 쌓아 올린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다음이 기계다. 사람들의 신고가 쌓이면, 그 지점을 지나간 주행 데이터가 함께 쌓인다. “여기서 물컹했다”는 사람의 감각과, 그 순간 스마트폰이 기록한 가속도 신호가 짝을 이룬다.
그러면 물어볼 수 있게 된다. 사람이 ‘물컹하다’고 느낀 그 순간, 가속도 데이터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그 답을 기계가 학습할 수 있다면, 다음부터는 아무도 신고하지 않아도 기계가 먼저 알아챈다. 이것이 우리가 향하는 곳이다.
물론 쉽지 않다. 도심 주행의 가속도 신호는 엉망이다. 신호등에 서고, 출발하고, 과속방지턱을 넘고, 차선을 바꾼다. 찾으려는 신호는 그 소음 속에 파묻힌 아주 미약한 흔들림이다.
대신 우리에겐 두 가지가 있다. 아주 많은 차량, 그리고 실시간. 한 대의 데이터로는 판단할 수 없는 것을, 같은 지점을 지나간 수백 대의 데이터로는 판단할 수 있다.
다음 편 예고 — 도로를 재는 기술은 이미 오래됐다, 그런데 왜. 기존 계측 기술이 실제로 무엇을 재고 무엇을 못 재는지, 그 경계선을 따라가 본다.
「우리 동네가 먼저 안다」는 5부 30편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읽은 글은 1부 왜 못 잡았나의 1번째(전체 제1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