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깃발을 꽂다
점 하나와 점 여러 개
신고 하나는 지도 위의 점 하나다. 그 점만 놓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착각일 수도, 오작동일 수도, 그 사람 차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점이 여러 개 모이면 성질이 달라진다.
같은 구간에 서로 모르는 여덧 명의 점이 찍혀 있다면. 그것도 각각 다른 날, 다른 차, 다른 시간에 찍혔다면.
이제 이건 다른 종류의 정보다.
왜 겹침이 신뢰를 만드나
논리는 단순하다. 틀린 신고와 맞는 신고는 분포가 다르다.
틀린 신고의 원인들 — 그날의 컨디션, 타이어 공기압, 오작동, 잘못 누름 — 은 사람마다 제각각이고 위치와 무관하다. A의 타이어 문제가 하필 B가 잘못 누른 지점과 같은 곳에서 일어날 이유가 없다. 지도 전체에 흩어진다.
반면 도로 자체에 이상이 있으면, 그 이상은 그 위치에 고정되어 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지점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한곳에 모인다.
흩어지는 것과 모이는 것. 이 차이가 신뢰의 근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개별 신고의 진위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A의 신고가 맞았는지는 끝까지 알 수 없다. 알 필요도 없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지점에 몇 개가 모였는지다.
그런데 겹침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원리에는 함정이 있다. 틀린 신고도 한곳에 모일 수 있다.
과속방지턱. 모두가 같은 지점에서 큰 충격을 느낀다. 완벽하게 겹친다. 그런데 위험이 아니다.
철도 건널목, 맨홀, 다리 이음새. 마찬가지다. 구조적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고, 문제가 아니다.
공사 구간의 임시 포장. 실제로 울퉁불퉁하지만 임시이고 이미 알려져 있다.
즉 겹침은 “여기 무언가 있다”는 것까지만 알려준다. 그것이 위험인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두 번째 판단 축이 필요하다.
시간이 두 번째 축이다
여기서 변화가 등장한다.
과속방지턱은 작년에도 있었고 올해도 있다. 신고 수가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꾸준하다.
공동이 자라는 구간은 다르다. 몇 달 전에는 아무도 표시하지 않았다. 최근에 표시가 생기기 시작했고, 늘고 있다. 변화가 있다.
이 차이가 결정적이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신고가 많은 곳이 아니라 신고가 새로 생기거나 늘어나는 곳이다.
| 겹침 | 시간 변화 | 판단 | |
|---|---|---|---|
| 과속방지턱 | 많음 | 없음 | 구조물 — 무시 |
| 오래된 포트홀 | 많음 | 완만 | 보수 대상 |
| 새로 생긴 이상 | 적을 수도 | 증가 | 주목 |
| 착각·오작동 | 없음 | — | 잡음 |
세 번째 줄이 우리의 목표다. 그리고 이 줄은 신고 수가 적어도 잡힌다. 절대 개수가 아니라 변화율을 보기 때문이다.
이건 앞에서 사람의 강점으로 꼽았던 것과 같은 원리다. 사람이 기준선과 비교해 변화를 느끼듯, 시스템도 그 구간의 과거와 비교해 변화를 본다. 개인의 기억을 지도의 이력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지도가 만드는 부수 효과
깃발을 지도에 꽂는 방식에는 계획하지 않았던 이점이 몇 가지 따라왔다.
동기가 생긴다. 내가 표시한 것이 지도에 보이고, 이웃도 그것을 본다. 나의 표시가 쓸모 있어진다. 아무 반응 없이 데이터만 보내는 앱과는 다르다.
국지성이 강점이 된다. 전국 데이터를 모으려면 사용자가 대규모로 필요하다. 그런데 동네 단위라면 몇십 명이면 의미가 생긴다.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통학로를 쓰는 사람들. 이 규모는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하다.
민원의 근거가 된다. 개인의 느낌은 근거가 약하다. “이 구간에 최근 3주간 서로 다른 열두 명의 표시가 쌓였다”는 기록은 다르다. 그 자체로 행정에 전달할 수 있는 형태다.
그런데 아직 남은 문제
겹침과 시간 변화로 상당히 걸러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구멍이 있다.
사용자 수가 적은 구간. 하루에 몇 대만 다니는 이면도로에서는 겹침이 생기지 않는다. 위험이 있어도 안 보인다.
표시를 안 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용자는 신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소수의 열심인 사용자가 대부분의 신고를 만든다. 그러면 그 소수의 판단 습관이 데이터 전체를 물들인다.
악의적 사용. 특정 지점에 반복적으로 허위 표시를 하는 경우.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쓴다면 겹침 논리가 무너진다.
세 번째가 특히 까다롭다. “서로 모르는 여러 사람”이라는 전제가 깨지면 우리 논리의 기반이 사라진다.
그런데 이 문제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의 기여로 신뢰를 만드는 시스템은 전부 같은 문제를 겪었고, 그중 하나는 상당히 성공했다.
위키백과가 어떻게 했는지 다음 편에서 본다.
다음 편 예고 — 한 사람의 착각, 백 사람의 확신. 집단의 판단이 개인보다 나아지는 조건과, 그 조건이 깨지는 경우를 살펴본다.
「우리 동네가 먼저 안다」는 5부 30편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읽은 글은 2부 사람이 먼저의 4번째(전체 제10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