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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 30편 1부 왜 못 잡았나
우리 동네가 먼저 안다/1부 왜 못 잡았나/제6회

비용·주기·깊이 — 기존 방식의 삼중 한계

2026-07-29 · 읽는 데 8분

1부를 정리하며

지금까지 다섯 편에 걸쳐 하나의 질문을 따라왔다. 왜 싱크홀은 계속 놓쳤나.

답은 기술의 부재가 아니었다. 도로를 재는 기술은 이미 오래됐고 종류도 많다. 문제는 그 기술들이 놓인 조건에 있었다.

이 마지막 편에서 세 한계를 한자리에 놓고, 그것들이 왜 개별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인지 보려 한다. 이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다음 부에서 우리가 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는지에 대한 근거가 된다.

세 한계를 다시

비용. 정밀 조사에는 장비와 차량과 인력과 판독 전문가가 한 세트로 필요하다. 그래서 넓게 볼 수 없다.

주기. 한 번 조사에 준비와 실행과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주 볼 수 없다.

깊이. 표면을 재는 기술은 표면을 잘 재고, 땅속을 보는 기술은 판독이 어렵고 깊이에 제약이 있다. 그래서 3~4단계 구간을 정확히 겨냥하기 어렵다.

각각만 보면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장비를 싸게 만들면? 조사를 더 자주 하면? 판독을 자동화하면?

그런데 이 셋은 서로 묶여 있다.

셋이 만드는 고리

이렇게 이어진다.

정밀도를 높이려면 비싸진다. 더 정확한 센서, 더 정교한 판독. 당연한 이야기다.

비싸지면 드물어진다. 예산은 정해져 있으므로, 한 번 조사의 단가가 오르면 조사 횟수가 줄거나 대상 구간이 줄어든다.

드물어지면 놓친다. 앞 편에서 봤듯 우리가 노려야 할 구간은 3~4단계다. 이 구간이 몇 주에서 몇 달 지속된다 해도, 조사 간격이 그보다 길면 겹치지 않을 수 있다.

놓치면 정밀도를 더 높이려 한다. 사고가 나면 원인 분석이 이루어지고, 대개 “더 정확한 탐지 기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면 다시 첫 줄로 돌아간다.

이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정밀도와 빈도가 예산 안에서 서로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하나를 올리면 다른 하나가 내려간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조기탐지에서 정밀도와 빈도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극단적인 두 경우를 상상해 보자.

경우 A — 완벽한 정밀도, 낮은 빈도. 땅속을 100% 정확히 들여다보는 장비가 있다. 대신 5년에 한 번만 지나갈 수 있다. 이 장비는 지나가는 순간의 위험은 완벽히 잡는다. 그런데 3~4단계가 몇 달이라면, 5년 사이에 생기고 무너진 것들은 전부 놓친다.

경우 B — 낮은 정밀도, 완벽한 빈도. 판단이 자주 틀리는 조악한 센서가 있다. 대신 매일, 모든 도로를 본다. 한 번의 판단은 신뢰할 수 없다. 그러나 같은 지점에서 같은 이상 신호가 며칠, 몇 주에 걸쳐 반복된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다.

조기탐지는 사건이 아니라 과정을 잡는 일이다. 과정을 잡으려면 여러 시점을 봐야 하고, 그러면 빈도가 정밀도보다 중요해진다.

이것이 우리가 방향을 뒤집은 근거다. 정밀도를 포기하는 것이 손실이 아니라, 빈도를 얻기 위한 교환이라고 본 것이다.

반복은 정밀도를 만든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있다. 빈도를 극단적으로 높이면, 잃었던 정밀도가 일부 돌아온다.

이유는 오차의 성질에 있다. 스마트폰 가속도 측정의 오차는 여러 원인에서 온다. 차종, 타이어 상태, 속도, 폰의 거치 방식, 운전 습관. 이 원인들은 측정마다 제각각이다.

반면 노면 자체에서 오는 신호는 모든 측정에 공통으로 실린다. 같은 지점을 지나면 어느 차든 그 노면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 측정을 많이 모아 겹쳐 보면, 제각각인 것은 서로 상쇄되고 공통된 것은 남는다. 신호를 다루는 분야에서 오래된 원리다.

정밀도를 장비의 품질이 아니라 측정의 횟수로 확보한다. 조악한 센서 천 개가 정밀한 센서 하나보다 나은 상황이 있고, 우리가 다루는 문제가 그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세 한계가 뒤집히는 방식

이제 앞의 세 한계를 우리 방식에 대입해 보자.

기존 정밀 조사 차량 크라우드센싱
비용 장비·인력·판독 이미 있는 폰을 쓴다
주기 몇 년에 한 번 매일, 상시
깊이 표면은 잘, 심층은 어렵다 심층은 못 본다 — 간접 신호로 추정

앞의 두 줄은 확실히 유리해졌다. 세 번째 줄은 여전히 약점이다. 우리는 땅속을 보지 못한다. 포장 위에서 얻은 흔들림으로 그 아래를 추정할 뿐이다.

그래서 이 방식은 정밀 조사를 대체하지 않는다. 대체할 수 없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어디를 정밀 조사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이다.

지금은 어디를 조사할지 정할 근거가 부족하다. 그래서 사고가 난 곳, 민원이 들어온 곳부터 본다. 만약 상시 관측으로 “이 구간이 최근 이상하다”는 목록을 만들 수 있다면, 한정된 정밀 조사 예산을 그쪽으로 돌릴 수 있다.

값싼 상시 관측이 값비싼 정밀 조사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것이 1부 전체의 결론이다.

그리고 남은 문제

방향은 정해졌다. 그런데 앞 편 마지막에서 걸린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

이상 신호가 어떤 모양인지 모르는 채로 데이터만 모아도 소용이 없다. 그리고 그 모양을 알려면 “여기가 실제로 이상했다”고 확인된 예시가 필요하다. 그런 데이터는 아직 세상에 없다.

2부는 이 문제에서 시작한다. 답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다.


다음 편 예고 — 매일 그 길을 지나는 사람. 2부의 시작. 왜 하필 사람에게서 출발하는지,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연재 안내

「우리 동네가 먼저 안다」는 5부 30편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읽은 글은 1부 왜 못 잡았나의 6번째(전체 제6회)입니다.

연재 전체 목차 펼쳐보기
1부

왜 못 잡았나

1~6회
  1. 01그 도로는 어제도 멀쩡했다읽는 데 8분
  2. 02도로를 재는 기술은 이미 오래됐다, 그런데 왜읽는 데 9분
  3. 03포트홀과 싱크홀은 다른 문제다읽는 데 8분
  4. 04표면이 아니라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읽는 데 8분
  5. 05공동은 어떻게 자라는가읽는 데 9분
  6. 06비용·주기·깊이 — 기존 방식의 삼중 한계지금 읽는 중
2부

사람이 먼저

1단계7~13회
  1. 07매일 그 길을 지나는 사람읽는 데 8분
  2. 08\"쿵\" 하는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나읽는 데 9분
  3. 09느낌을 데이터로 바꾸기 — 신고 버튼의 설계읽는 데 9분
  4. 10동네에 깃발을 꽂다읽는 데 8분
  5. 11한 사람의 착각, 백 사람의 확신읽는 데 9분
  6. 12위키는 어떻게 틀린 정보를 걸러내는가읽는 데 9분
  7. 13누구의 신고를 믿을 것인가 — 신뢰 점수읽는 데 9분
3부

신호 읽기

14~21회
  1. 14진동은 무엇을 말하는가읽는 데 9분
  2. 15주머니 속 가속도계라는 센서읽는 데 9분
  3. 16시간을 주파수로 — 푸리에 변환읽는 데 10분
  4. 17라플라스 변환과 시스템의 응답읽는 데 9분
  5. 18가다서다 — 도심 주행이라는 소음읽는 데 9분
  6. 19차량마다 다른 조건, 정규화의 문제읽는 데 9분
  7. 20같은 지점을 수백 번 지나간다는 것읽는 데 9분
  8. 21미약한 신호를 건져 올리는 법읽는 데 9분
4부

physical AI

2단계22~27회
  1. 22드문 재난을 어떻게 학습하는가읽는 데 9분
  2. 23시뮬레이션으로 데이터를 만든다읽는 데 9분
  3. 24physical AI란 무엇인가읽는 데 9분
  4. 25사람의 '물컹함'을 기계에 가르치기읽는 데 10분
  5. 26사람의 신고와 기계의 신호가 만나면읽는 데 9분
  6. 27오경보와 놓침 사이 — 임계값의 윤리읽는 데 9분
5부

도시로

28~30회
  1. 28위험 지도를 그리다읽는 데 9분
  2. 29NumTerra 해부 — 앱과 데이터 파이프라인읽는 데 9분
  3. 30스스로 감지하는 도시읽는 데 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