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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 30편 3부 신호 읽기
우리 동네가 먼저 안다/3부 신호 읽기/제16회

시간을 주파수로 — 푸리에 변환

2026-08-08 · 읽는 데 10분

겹친 것을 풀어내기

14편에서 가속도 기록이 여러 흔들림이 겹쳐진 결과라고 했다. 이 편은 그 겹침을 푸는 방법이다.

푸리에 변환은 이름 때문에 어렵게 들리지만, 발상 자체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아무리 복잡한 흔들림도, 단순한 흔들림 여러 개를 합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단순한 흔들림”은 규칙적으로 왕복하는 파동이다. 일정한 빠르기로 위아래를 반복하는 움직임.

이 발상이 왜 강력한가. 합친 것을 다시 나눌 수 있다면, 각 성분을 따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화음이라는 비유

가장 잘 맞는 비유는 소리다.

피아노에서 세 건반을 동시에 누르면 화음이 난다. 공기의 떨림을 그래프로 그리면 복잡한 곡선이다. 눈으로 봐서는 어떤 음들이 섞였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사람의 귀는 그것을 나눠 듣는다. 화음 속에서 개별 음을 구분한다. 훈련된 사람은 어떤 음들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다.

푸리에 변환은 이 일을 수학적으로 하는 것이다. 겹친 파형을 받아서 “어떤 빠르기의 흔들림이 얼마만큼 섞여 있는지”를 알려준다.

결과는 대개 그림으로 표현한다. 가로축이 흔들림의 빠르기(주파수), 세로축이 그 성분의 크기. 이걸 스펙트럼이라 부른다.

같은 데이터, 다른 관점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푸리에 변환은 정보를 추가하지 않는다. 같은 정보를 다른 방식으로 배열할 뿐이다.

원래 데이터는 “시각별 가속도값”이다. 변환 후는 “주파수별 성분 크기”다. 담긴 정보의 양은 같고, 읽기 쉬운 것이 달라진다.

보고 싶은 것 유리한 관점
언제 충격이 있었나 시간축 (원래 데이터)
어떤 성격의 흔들림인가 주파수축 (스펙트럼)
언제 성격이 바뀌었나 둘 다 필요

세 번째 줄이 우리 문제다. 그래서 실제로는 두 관점을 섞어서 쓴다. 이 이야기는 아래에서 다시 한다.

우리 문제에 어떻게 쓰나

가속도 신호를 스펙트럼으로 바꾸면 무엇이 보이나.

엔진과 차량 자체의 진동이 특정 위치에 나타난다. 엔진 회전에서 오는 진동은 회전 속도에 대응하는 자리에 뚜렷하게 서 있다. 노면과 무관하므로 골라내서 버릴 수 있다.

타이어 회전 주기가 보인다. 타이어가 한 바퀴 도는 주기, 그리고 그 배수 위치에 성분이 생긴다. 이것도 노면과 무관하다.

노면의 거칠기가 대역으로 나타난다. 특정 위치가 아니라 넓은 대역에 퍼진 형태다. 도로가 거칠면 이 대역 전체가 커진다.

차량의 고유한 흔들림이 나타난다. 8편에서 말한 차체 출렁임과 바퀴 떨림. 각각 정해진 위치에 나타나고, 그 위치는 그 차의 고유한 성질이다.

마지막 항목이 우리에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노면 아래의 지지 상태가 바뀌면 이 부분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으려는 것

4편에서 공동 위의 도로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이야기했다. 처짐이 커지고, 되튀는 방식이 달라지고, 울리는 성질이 생긴다.

이것들이 스펙트럼에서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 정리하면 이렇다.

① 특정 대역의 크기 변화. 지지가 약해지면 어떤 대역의 성분이 커지거나 작아진다.

② 봉우리 위치의 이동. 무언가가 울리는 성질을 가지면 스펙트럼에 봉우리가 생긴다. 그 위치는 구조의 성질에 따라 정해진다. 지지 조건이 바뀌면 봉우리가 옆으로 밀린다.

③ 봉우리의 뾰족함 변화. 에너지가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에 따라 봉우리가 뾰족하거나 뭉툭해진다. 단단히 받쳐진 것과 헐거운 것은 다르다.

②가 가장 유망하다고 본다. 크기 변화(①)는 운전 속도나 타이어 상태로도 생기지만, 봉우리 위치는 구조의 성질을 더 직접 반영한다.

다만 이건 아직 가설이다. 실제 도로에서 공동 위와 정상 구간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른지, 그 차이가 차량 간 변동보다 큰지 — 검증되지 않았다. 이 검증이 4부 학습의 목표 중 하나다.

시간과 주파수를 동시에

위에서 미룬 문제로 돌아가자. 우리는 “언제 성격이 바뀌었나”를 알아야 한다.

문제는 푸리에 변환이 시간 정보를 지운다는 것이다. 스펙트럼은 “이 구간 전체에 이런 성분들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 성분이 구간의 어디에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이건 우리에게 치명적이다. 우리는 위치별로 판단해야 한다. 5분간의 주행 전체를 한 번에 변환하면, 어느 지점에서 이상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짧게 잘라서 각각 변환한다.

주행 기록을 예를 들어 1초씩 겹쳐가며 자르고, 각 조각을 따로 변환한다. 그러면 “시각 t의 스펙트럼”이 연달아 나온다. 이걸 시간순으로 늘어놓으면 2차원 그림이 되고, 스펙트로그램이라 부른다.

가로축이 시간, 세로축이 주파수, 색이 성분의 크기. 이러면 언제 어떤 성격의 흔들림이 있었는지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시간을 위치로 바꿀 수 있다. GPS와 속도를 알면 각 시각이 어느 지점인지 계산된다. 그러면 “이 구간의 스펙트럼”이 만들어진다.

대가: 어느 쪽도 정밀하지 않다

여기에 피할 수 없는 교환이 있다.

조각을 짧게 자르면 시간(위치)은 정밀해지지만 주파수 분해가 거칠어진다. 짧은 조각에서는 느린 흔들림을 구분할 수 없다. 한 번 왕복하는 데 1초 걸리는 흔들림을 0.1초짜리 조각에서 볼 수 없다.

조각을 길게 자르면 주파수는 정밀해지지만 위치가 뭉개진다. 시속 40km에서 2초 조각이면 22미터가 한 덩어리가 된다.

이건 도구의 한계가 아니라 원리적인 제약이다. 시간과 주파수를 동시에 정밀하게 알 수는 없다.

우리는 이 교환에서 위치 쪽을 조금 양보하기로 했다. 이유는 9편에서 이미 나왔다. GPS 오차와 사람의 반응 지연 때문에 어차피 위치를 수십 미터 구간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신호 쪽에서 위치 정밀도를 더 높여도 이득이 없다.

대신 여러 통과의 데이터를 겹쳐서 정밀도를 회복한다. 같은 구간을 지나간 수백 번의 스펙트럼을 평균하면, 개별 통과에서 뭉개진 것이 선명해진다. 계속 반복되는 그 원리다.

다음 편에서는 푸리에와 짝을 이루는 또 하나의 변환을 다룬다. 신호가 아니라 시스템을 보는 관점이다.


다음 편 예고 — 라플라스 변환과 시스템의 응답. 같은 도로를 지나도 차마다 다르게 흔들리는 이유를, 시스템의 응답이라는 관점으로 설명한다.

연재 안내

「우리 동네가 먼저 안다」는 5부 30편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읽은 글은 3부 신호 읽기의 3번째(전체 제16회)입니다.

연재 전체 목차 펼쳐보기
1부

왜 못 잡았나

1~6회
  1. 01그 도로는 어제도 멀쩡했다읽는 데 8분
  2. 02도로를 재는 기술은 이미 오래됐다, 그런데 왜읽는 데 9분
  3. 03포트홀과 싱크홀은 다른 문제다읽는 데 8분
  4. 04표면이 아니라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읽는 데 8분
  5. 05공동은 어떻게 자라는가읽는 데 9분
  6. 06비용·주기·깊이 — 기존 방식의 삼중 한계읽는 데 8분
2부

사람이 먼저

1단계7~13회
  1. 07매일 그 길을 지나는 사람읽는 데 8분
  2. 08\"쿵\" 하는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나읽는 데 9분
  3. 09느낌을 데이터로 바꾸기 — 신고 버튼의 설계읽는 데 9분
  4. 10동네에 깃발을 꽂다읽는 데 8분
  5. 11한 사람의 착각, 백 사람의 확신읽는 데 9분
  6. 12위키는 어떻게 틀린 정보를 걸러내는가읽는 데 9분
  7. 13누구의 신고를 믿을 것인가 — 신뢰 점수읽는 데 9분
3부

신호 읽기

14~21회
  1. 14진동은 무엇을 말하는가읽는 데 9분
  2. 15주머니 속 가속도계라는 센서읽는 데 9분
  3. 16시간을 주파수로 — 푸리에 변환지금 읽는 중
  4. 17라플라스 변환과 시스템의 응답읽는 데 9분
  5. 18가다서다 — 도심 주행이라는 소음읽는 데 9분
  6. 19차량마다 다른 조건, 정규화의 문제읽는 데 9분
  7. 20같은 지점을 수백 번 지나간다는 것읽는 데 9분
  8. 21미약한 신호를 건져 올리는 법읽는 데 9분
4부

physical AI

2단계22~27회
  1. 22드문 재난을 어떻게 학습하는가읽는 데 9분
  2. 23시뮬레이션으로 데이터를 만든다읽는 데 9분
  3. 24physical AI란 무엇인가읽는 데 9분
  4. 25사람의 '물컹함'을 기계에 가르치기읽는 데 10분
  5. 26사람의 신고와 기계의 신호가 만나면읽는 데 9분
  6. 27오경보와 놓침 사이 — 임계값의 윤리읽는 데 9분
5부

도시로

28~30회
  1. 28위험 지도를 그리다읽는 데 9분
  2. 29NumTerra 해부 — 앱과 데이터 파이프라인읽는 데 9분
  3. 30스스로 감지하는 도시읽는 데 9분